空に輝くよキラリ星がじわり滲んでくよ
"이런 시간에 나와달라고 해서 미안해, 케이키쨩. 이 시간이면 한창 자러 가려고 준비할 시간이였을텐데, 그렇지? 갑작스러울지도 몰랐겠다. 편하게 앉아, 일부러 카페로 불렀어. 차라도 마시면서, 이야기 할까 싶어서."
그리 말한 아이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제 손을 꼼지락 거렸어. 그리곤 나는 녹차 마실게, 케이키쨩도 같은걸로 할래? 하고 조근조근 너에게 말을 건냈어. 무언의 수락을 받았는지 찬찬히 일어나서 카운터로 걸어나갔고. 주문을 끝내고 그아이는 제 자리로 돌아갔어.
"흐, 무슨일로 불렀냐고? 그으러게, 보고싶어서 그랬다고 하면 혼나려나? 그렇지만 사실이야. 시덥잖은 이유라서 실망한건 아니지? 그냥, 잠이 조금 잘 오지 않아서. 좋아하는 케이키쨩을 잠시나마 보게 된다면 노곤노곤 해져서 모처럼 잠에 푹 들수 있었을것 같았거든. 괜찮지?"
아까의 삐걱이는 웃음은 사라진채로 눈꼬리를 접어 예쁘게 너에게 다시 한번 웃어보였어. 그리곤 대답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서 너의 손을 꼭 붙잡았어. 히히, 하고 웃는 소리를 냈어.
"있지이, 케이키쨩. 나는 케이키쨩과 이렇게 친해져서 정말 기쁘다고 생각해. 실은 말야, 이렇게 서스럼 없이 손을 잡고, 나와달라고 할때 나와주는건 케이키쨩 밖에 없거든.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왜 갑자기 그런말을 하냐구? 글쎄, 뜬금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응. 이런 사소한 이야기는 녹차가 나오기 전 까지만 할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아이는 맞잡은 손 위에 다른손을 겹쳐 올렸어. 밖이 많이 추웠지... 하고 작게 혼자 중얼거렸어. 곧 벨이 울려오자 아이는 화들짝 놀라는 투를 내보이며 손을 땠고.
"아, 미안해. ... 너무 오래 잡고 있었나. 내가 받아올테니까, 케이키쨩은 여기 있어. 히, 뭔가 오랜만인 기분이 드는걸."
아이는 천천히 일어나서 저벅저벅 걸어가 또다시 카운터로 다다랐어. 꽤 몇일 잠을 설친 모양인지 눈을 두어번 꿈뻑거리고는 돈을 지불하고 감사합니다-, 하고는 말했어. 그리곤 양손에 너와 그아이의 녹차를 꼭 쥐고는 찬찬히 그아이의 자리로 돌아갔어. 나 돌아왔어~, 하고 눈웃음을 또.
"자, 이건 케이키쨩의 녹차고, 이건 앗쨩거야. 뭐가 오랜만이냐면, 이렇게 단 둘이 녹차를 마시는거~? 요즘들어서 바빠서 아무것도 같이 못 했잖아. 흐으, 보고싶었다고 하면 부담스러우려나. 나, 혼자 있는 날이면 케이키쨩이 무척 보고싶었어. 그렇지만 연락하면 바쁘다고 할것 같아서 결국 아무것도 못 한거 있지. 봐, 그래서 다크서클 엄청 내려왔다구~?"
그리곤 그아이는 배시시 웃었어. 입고온 코트의 앞섬을 꼭 여며보이곤 조금 콜록거리다 녹차를 들이켰어. 앗뜨뜨, 하고는 작게 눈물이 고였어.
"흐으, 생각보다 너무 뜨거웠지 뭐야 ... 그래도, 케이키쨩도 좋아하는 녹차니까 조금 다급해져서. 있지 케이키쨩, 아직도 녹차 좋아해?"
나는 좋아하는데, 하고 작게 덧붙이고는 또 웃었어. 실은 말야, 하고 말의 운을 띄우고는.
"아까, 사소한 이야기는 녹차를 마시기 전 까지 하겠다고 했지~? 그럼, 이제 사소한 이야기는 그만두고 진지한 이야기를 할게. 그래도 편안하게 들어줬으면 좋겠어, 부담 갖지는 말고. 별 일 아니니까아, 무서워 하지도 말구~?"
잠시 마른 숨을 삼키곤, 그아이는 시선을 이리저리 굴렸어. 왜인지 새빨개진 얼굴을 식히고자 제 손으로 볼을 부여잡기를 반복했고, 한참 후에야 진정된 듯 손을 내리고 말했어.
"... 케이키쨩. 우리가 만나게 된 건 정말 오래 되지도 그렇다고 짧은 만남도 아니였던거겠지? 그동안 나는, 케이키쨩에게 많이 기대었던것 같아."
손이 무척 떨려오는지 컵을 양손으로 꼭 쥐고는 그아이는 말을 다시 이었어.
"언제나 케이키쨩은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지, 그치. 나는 말이지, 케이키가, 아니. 네가 정말로 좋았어. 힘들땐 믿음을 주었고, 보고싶을땐 보러와 주었고. 식사도 같이 하고. 그래, 데이트 같은 것도 하고 말야. 괜시리 없으면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고, 왜. 그런거 있잖아. 아무튼 소중한 사람."
아이는 푸흐흐, 하고 웃는 투를 내보이더니 눈웃음을 지어보이고는 녹차를 한입 마셨어. 그리고 후우, 하고는 숨을 내뱉었고.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일지는 모르겠어, 그렇지만 말야. 실은 내가 너를 엄청 엄청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생각했어. 친구로써, 후배님과 선배님으로써 라던가, 정말 아끼는 후배님. 귀여운 후배님, 같은거. 근데 그게 아닌가봐."
흐으, 하고는 짧게 숨을 내뱉었어. 그리고는 다시 녹차를 홀짝.
"아무래도 말이지. 선배로써가 아니라, 친구로써가 아니라. 너를 좋아하게 된건 아닐까 해. ... 연인이 되고싶다는 그런 좋아해. 라고."
"생각 진짜 많이 했어,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네가 정말 좋았거든. 그런데 어두침침한 내가 네게 다가가서 네 빛을 모조리 앗아가 버리면 어떡하지 싶었거든. 나는 말라 비틀어진 장미쪼가리보다 필요 없는 존재잖아. 나로 인해서 네가 상처받고 빛을 잃을까봐 무서웠어. ... 그런데도, 좋아하는 마음은 언제나 커져나갔더라. 손을 잡는것 조차도, 같은곳을 마주하는것 조차도 나는 너무나도 좋았고 행복했어. 내게 너는 언제나 예쁘게 웃어주면서 등불을 비추는것 마냥 빛나는 사람, 이였지. 사랑한다고 딱 한번이라도 말 해보고 싶었어."
그리 말하고는 아이는 차분하게 다시금 녹차를 들이 마셨어. 다시 입을 열었고.
"편안하게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미 편한 주제가 아니게 되었구나, 많이 미안해. 언제가 됐든, 편할때 대답해 주어도 괜찮아. 나는 케이키쨩이 정말 좋았었고, 좋아, 좋아해. 케이키쨩이 나를 좋아해준다면 정말 행복할 일이겠지만, 그게 친구로써라도 좋아. 무섭지 않은건 아냐. 오늘이 지나면 케이키쨩을 만나게 되지 못 한대도 괜찮아. 내가 불편해 진다면 그래도 좋고, 나를 만나고싶어 지지 않는다면 그래도 좋아. 후회는, ... 하지 않을게. 이제껏 케이키쨩과 지내왔던 시간들 그순간 모두 정말 행복했고, 헛된 시간이 아니였다는것도 아니까. ...그치?"
아이는 고개를 모로 기울여 보이곤 부스스, 웃었어. 할말이 다 끝난듯 한숨을 푹 내쉬곤, 너와 눈을 마주했어. 오늘은 고마웠어, 하고 덧붙이고는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