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に輝くよキラリ星がじわり滲んでくよ

유려의 편지 10

2019. 3. 31. 01:18

2년만에 뵈어요, 선생님.

 

 그간 건강하셨고, 조금은 행복해 지셨는지요. 딱 2년, 그러니까 처음 편지를 보냈을때 하고 2년이 지났네요. 

 언제나 감회가 새롭게, 저마저도 반갑습니다. 

 지난 겨울이 지나고 시간이 부쩍 빠르게 지나가더군요. 선생님이 보내주신 잉크는 얼마 남지 않아 고이 모셔두었고, 칼립이는 무럭무럭 자라나 이젠 베란다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펜촉은 손에 익을대로 익어서 더이상 다른 걸 사용하지 못할정도로요.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많이 바뀌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언제까지고 제작년의 사진만을 보여드리고 싶진 않은터라 오늘 동기가 저몰래 찍어 보내준 사진 한장을 같이 보낼게요. 아직도 착하다,는 말엔 익숙치 않지만요. 저야말로 선생님처럼 좋으신 분과 연이 닿게 되어서 감사함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습니다. 못 해둔 말이 저만치 쌓여있어요.

 작년도 작년이다만 졸업이 다가오니 연락을 쉬이 취하기 어려울정도로 바빠지더군요. 저희는 졸업 전시회를 진행해요. 가을의 끝 즈음에요. 저는 아마 선생님께 자주 보내던 것 처럼 글귀를 써서 이것저것 실용품에 매치시킬듯 합니다. 그 때 꼭 누군지 알려주시리라 하신다면 꽃다발이라도 들고 기다릴지도요. 무슨 꽃일지는 비밀로 할래요.

 선생님의 나이뿐만 아니라 정말 누구인지 감이 안 잡히는 기분입니다. 무리해서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그저 선생님께서 알리고 싶으실때 알아차리는게 순리에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분명 열정이 잔잔히 가득한 멋진 분이실테지요. 제가 눈치가 없는건지, 아니면 선생님과 한번도 스쳐지나가듯 만난적이 없는지 우려하시는 것 처럼 들키실것 같진 않으십니다. 그렇지만 곧 알 수 있을것 같은 감 아닌 감이 들어요.

 부러 말릴 필요 없이 보내주신 그대로 보관해 두면 되니 편하고 예쁩니다. 아마 제작년 초 즈음에 보내주셨던 꽃은 바스러졌다만 책갈피로 만들어 둔 것이 몇송이 있습니다, 오늘도 예쁜 꽃 감사드려요. 이름을 알지 못해도 선생님께서 보내주셨다는 자체로 아리따우니 걱정 마세요. 꽃에 이름이라도 붙여볼까요, 칼립이 처럼.

 자주 뵙길 바랄게요. 오늘은 만우절이지만 한치의 거짓도 담겨있지 않은 편지입니다. 

 

유려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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